칼럼글성해나 작가의 『두고 온 여름』을 읽고.

성해나 작가의 『두고 온 여름』을 읽었다. 이 소설이 흥미로웠던 건 이야기가 아니라 시선이었다. 기하와 재하, 두 인물의 관점으로 같은 시간과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분명 같은 여름을 통과했는데, 기억되는 감정과 해석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다. 한 사람의 서술만 따라갈 때는 보이지 않던 균열과 여백이, 시선이 바뀌는 순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읽으면서 개인적인 기억도 자주 겹쳐 떠올랐다. 어린 시절 아빠의 두 번의 이혼을 지켜보며 자랐던 경험 때문인지, 어른들의 선택과 그 선택을 둘러싼 감정들이 아이의 시선에서는 어떻게 남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 말로 설명되지 않은 감정, 그저 마음속에 남아버린 장면들이 이 소설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혼모노』를 읽었을 때의 날카롭고 밀도 높은 감정과는 또 다른 결의 소설이라 더 재미있게 다가왔다. 『두고 온 여름』은 훨씬 조용하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마음이 어떻게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 같았다. 읽는 동안은 여름에 머물러 있었고, 책을 덮은 뒤에는 나 역시 마음속에 두고 온 어떤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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