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많은 책을 빠르게 읽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속독을 연습했다. 기본적으로 속으로 읽는 걸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해서 볼펜을 물고 책을 읽거나, ‘으…’ 같은 소리를 내면서 책을 꽤 읽기도 했다. 첫 문장을 읽고 중간 문장은 빠르게 스캔하면서 마지막 문장만 읽는 방식의 속독도 하고, Z자로 빠르게 훑으며 읽는 속독방식도 훈련했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빠르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도대체 왜 속독을 하려고 하는 걸까?’ 더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에 얻고 싶은 효율 때문이었을까? 실제 소화하지도 못하는 음식들을 더욱 빠르게 입안으로 쑤셔 넣는 연습을 하고 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책의 문장 한 줄 한 줄을 읽고 있는 그 시간 자체가 즐거움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주객이 전도된 독서가 이어져왔다. 요즘 미술과 무용함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면서, 독서 라이프도 전환을 맞고 있다. 1년에 몇 권을 읽느냐에 집중하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읽는 느린 독서로의 전환이다. 자연스레 같은 시간을 투입해도 예전만큼 많은 책을 읽지 못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시간 자체가 즐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