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안고 가는 삶

20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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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에 몇 달은 잠을 거의 잘 못 잤어요. 원래 육아휴직 내고 아내와 3개월 신나게 놀고 그 이후에 아내가 직장에 다니면서 저는 생각했던 서비스를 천천히 오픈해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신나게 3개월 놀다가 예상치도 않게 둘째가 생겼어요 ㅋㅋㅋ
그때부터 멘탈이 나갔죠. 사실 사람들한테 거의 이야기는 안 했지만, 둘째 소식을 접했을 때 아내에게도 비밀로 하고 면접을 봤어요 ㅋㅋ 그런데 거의 됐다고 생각했는데, 막판에 떨어졌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떨어뜨려 주신 게 얼마나 감사한지 ㅎㅎ) 면접에 떨어지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거지? 퇴사한 분명한 이유가 있었는데, 아이가 하나 더 생긴다는 생각과 먹고사는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이 정신을 흐리게 했던 거죠.

사람들이 저는 준비를 아주 차근차근 잘해서 퇴사했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진 않았어요. 퇴사를 결심하고 나서 첫 달에 번 돈이 349,600원이었어요. 그리고 아내에게 물어봤을 때 우리 가족들 숨만 쉬고 살아도 나가는 고정비가 한 달 200만 원이 넘는다고 들었고요. 매일 밤 뭘 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새벽 내내 고민하고 시뮬레이션해보고, 비용 산출해보고, 또 아무래도 견적이 안 나오니 또 밤을 지새웠죠.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죠.

그즈음 드로잉프렌즈에 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장진천쌤을 만났죠. 장쌤은 저보다 3년 일찍 퇴사해서 드로잉프렌즈라는 그림 수업과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때 들었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불안은 없어지지 않는다.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것 같다'라는 말이었어요. 저는 어떻게든 이 불안을 떨쳐버리려고 해결해버리려고 노력했었거든요. 근데 이건 평생 안고 가야 한다고 하니 불안을 대하는 관점이 그때 좀 달라졌던 것 같아요. 아... 이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평생 가야 하는 문제구나. 아니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든 익숙해지고 친해져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 뒤로 이상하게 잠은 잘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게 단기간 싸움이 아니라 장기전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렇게 퇴사 후 독립적인 삶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빠르게 결과물을 내려는 단기적인 삶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를 하게 된 거죠. 여기에는 퇴사 때 미리 받아둔 생활자금 대출이 한몫을 하기도 했어요. 미리 생활비 6개월 정도 치를 대출받았거든요. 사람들이 돈이 궁해지면 하지 말아야 되는 선택을 많이 하는 걸 봤어요. 그렇게 선택한 악수가 계속 안 좋은 결과를 도미노처럼 유발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돈 되면 무조건 하는 것은 피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남들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생활비를 대출을 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 생활비를 거의 안 썼어요. 악착같이 준비해서 금방 최소 생활비를 벌 수 있게 됐거든요. 여전히 다음 달이 불안한 삶이죠. 이번 달은 이 정도 모객이 돼서 간신히 돈을 벌었는데, 다음 달에 이 정도 모객이 안되면 어쩌지? 야심 차게 오픈한 서비스가 한 명도 신청 안 했을 때 아.. 정말 망하게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끊이질 않았죠. 그래도 오늘도 멈추지 않는 건 힘써 씨앗을 많이 뿌릴수록 살아날 씨앗들이 많아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그리고 여전히 돈과는 상관없이 고상한 척 철학 공부를 한다고 하고 예술 작품 감상을 하며, 명상과 마음 챙김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 씨가 뿌려지는 밭을 척박한 땅에서 비옥한 땅으로 갈아엎고 싶은 마음에서죠.

거실 벽에 걸어둔 홀스티 선언문과 코코카피탄 아트포스터 



정리해 볼까요? 

1. 불안은 평생 사라지지 않아요. 떨쳐버리려고 애쓰지 마세요.
2. 해야 할 일을 하세요. 불안해하고 불평할 시간에 해야 할 일을 하세요.
3. 할 수 있다면 최소한의 생활비 정도는 벌 수 있을 때 퇴사하세요. 그것도 아니면 생활비 6개월치 정도는 통장에 마련해 놓고 퇴사하세요.
4. 단거리 100미터 달리기 하듯 생각하기보다는 42.195km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의 삶의 속도를 유지하세요. 주변에 빨리 달려 나가는 사람들에 동요돼서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마세요.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완주하지 못하고 기권해요.
5. 실행의 많은 씨를 뿌리시고, 마음 밭을 비옥하게 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으세요.
6. 주변의 사람들(특히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세요. 내 몸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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